히말라야의 품속, 고요한 설산으로 둘러싸인 파키스탄의 훈자 계곡에는 해마다 봄을 맞이하는 특별한 축제가 열립니다. 오늘은 '카쉬 페스티벌(Kach Festival) – 파키스탄 훈자 계곡의 봄맞이 산악 축제'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새해의 시작을 알리고 대자연과 하나 되는 깊은 의미를 지닌 전통 행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독특한 산악 축제의 전통과 즐길 거리, 그리고 그 이면에 담긴 공동체적 의미를 살펴봅니다.
1) 설산 속 작은 민족의 큰 환호 – 카쉬 페스티벌의 기원과 전통
카쉬 페스티벌은 파키스탄 북부의 길기트-발티스탄(Gilgit-Baltistan) 지역, 특히 훈자(Hunza) 계곡에 거주하는 브루쇼(Burusho)족의 전통 봄맞이 행사입니다. 이 지역은 고산 지대에 위치해 겨울이 매우 길고 혹독합니다. 그래서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이를 환영하는 축제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고, 현재까지 수백 년간 이어지고 있습니다.
페스티벌은 주로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열리며, 겨울잠에서 깨어난 대자연을 찬양하는 춤과 노래,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 그리고 각 부족 간의 전통 스포츠 경연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 축제는 종교와는 무관하게 순수히 자연과 사람, 마을 공동체 간의 조화를 기념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축제의 이름인 'Kach'는 브루쇼어(Burushaski) 언어로 "깨우다", "시작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현지 전통 복장을 입은 남녀가 각기 다른 춤을 추고, 여성들은 머리에 화려한 장식과 비즈를 얹으며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또한, 대대로 이어져온 목동의 나팔, 현악기 '담부라(Dambura)'의 연주는 이 지역의 독특한 음악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2) 대자연과 하나 되는 체험 – 축제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
카쉬 페스티벌은 단순히 구경하는 행사 그 이상입니다. 방문객들도 지역민들과 함께 춤을 추거나 음식과 문화를 나누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축제가 열리는 마을 광장에서는 지역 특산물 장터가 열리고, 전통 음식인 'Chapshuro'(고기와 양파가 들어간 훈제빵), 'Harissa'(고기죽) 등을 맛볼 수 있습니다.
또한 축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폴로 경기'입니다. 파키스탄 북부에서 매우 인기 있는 스포츠로, 이곳에서는 말을 타고 펼치는 거친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부족 간의 우애와 경쟁심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벤트로 여겨집니다.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또 다른 체험은 '꽃길 트레킹'입니다. 축제가 열리는 시기에는 훈자의 과수원이 복숭아, 살구, 체리 꽃으로 만개하여 장관을 이룹니다.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현지 가이드와 함께 트레킹을 하며 지역의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축제는 보통 2~3일간 이어지며, 밤에는 모닥불을 피우고 전통 음악과 함께 춤을 추는 '밤의 잔치'가 열립니다. 이 시간에는 지역민과 여행자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낯선 이들끼리도 손을 맞잡고 리듬을 나누게 됩니다.
3) 문화 보존과 새로운 가능성 – 카쉬 페스티벌의 오늘
카쉬 페스티벌은 오랫동안 지역 안에서만 전해져 내려온 행사였지만, 최근에는 SNS와 여행 블로거들을 통해 조금씩 외부에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일부 외국인 여행자들은 이 축제를 보기 위해 일부러 훈자를 찾기도 하며, 이는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훈자 주민들은 이 축제를 무분별한 상업화보다는 자신들의 전통과 자긍심을 보존하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광고나 대규모 티켓 판매보다는, 소규모 여행자들이 지역민과 함께 살아보며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이 축제는 특히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물질적 소비 대신 공동체와 자연의 리듬에 귀 기울이는 삶, 이웃과 함께 노래하고 웃으며 봄을 맞이하는 기쁨. 그 속에는 우리가 잊고 지낸 소박한 인간성이 녹아 있습니다.
카쉬 페스티벌은 거창한 무대도, 화려한 불꽃도 없습니다. 하지만 설산 아래에서 피어나는 꽃들과 함께 울려 퍼지는 북소리와 웃음소리는 그 어떤 축제보다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 낯선 봄맞이 축제는 우리에게 ‘함께 있음’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법, 그 본질을 찾고 싶다면 훈자에서의 봄을 꼭 한 번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