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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르 투카르 바루 – 인도네시아의 교환 장터 축제

by 반짝달달 2025. 5. 19.

➤ 돈 없이도 가능한 축제! 함께 나누고 연결되는 따뜻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축제가 있습니다. 오늘의 축제는 ' 파사르 투카르 바루 – 인도네시아의 교환 장터 축제' 입니다.

파사르 투카르 바루 – 인도네시아의 교환 장터 축제
파사르 투카르 바루 – 인도네시아의 교환 장터 축제


현대 사회는 소비 중심입니다. 더 많은 것을 사고, 더 비싼 것을 소유하려는 욕망이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죠. 하지만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는 그런 흐름에 반기를 든 특별한 축제가 열립니다. ‘파사르 투카르 바루’, 즉 ‘새로운 교환 시장’이라는 뜻을 지닌 이 축제는 돈 없이 사람들과 물건을 ‘교환’하며 하루를 보내는 행사입니다. 쓰지 않는 물건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보물이 되는 순간, 이 축제는 소비가 아닌 공유와 연결의 즐거움을 알려줍니다.

 

1) 돈 대신 마음으로 거래하는 특별한 장터

‘파사르 투카르 바루’는 자바섬의 족자카르타(Yogyakarta)와 반둥(Bandung) 등지에서 비정기적으로 열리며, 최근 몇 년간 환경 운동가들과 지역 공동체의 참여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형태의 현금 거래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축제가 열리는 날, 사람들은 자신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지만 남에게 유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들고 나옵니다. 옷, 책, 식기류, 장난감, 수공예품, 심지어는 자신이 만든 음식이나 재능(예: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등)도 포함됩니다.
이후 참가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물건과 맞교환할 수 있도록 소유자와 대화를 나누며 협상합니다. “내가 만든 쿠키 한 봉지와 당신의 손뜨개 모자 한 개, 어때요?” 같은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가죠.

흥미로운 점은, 이 장터에서는 ‘가치의 기준’이 전적으로 사람의 판단과 신뢰에 맡겨져 있다는 점입니다. 돈이 아닌 ‘이게 당신에게 유용할 수 있겠다’는 마음의 교환이 모든 거래의 기준이 되죠. 이로 인해 사람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게 됩니다.

 

2) 단순한 교환을 넘어선 공동체 문화

파사르 투카르 바루는 물건 교환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워크숍, 공동 요리 시간, 지역 예술 공연 등이 펼쳐지며, ‘함께 즐기고 함께 살아가는 삶’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대표적인 부대 행사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업사이클링 워크숍: 버려진 천 조각이나 옷감을 이용해 새로운 가방, 소품 등을 만드는 시간을 통해 자원 재사용의 즐거움을 배웁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 장난감을 서로 나누고 함께 놀며 ‘소유’보다 ‘공유’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공간입니다.

공동 식탁: 각자가 만든 간단한 음식을 가져와 다른 이들과 나누는 시간으로, 국적과 언어를 넘어 진정한 ‘식구(食口)’가 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재능 기부 마당: 악기 연주, 초상화 그리기, 짧은 마술쇼 등 자신이 가진 능력을 무료로 나누는 참여형 예술 마당도 큰 인기를 끕니다.

이 축제의 배경에는 인도네시아 전통문화인 '고톳로용(gotong royong)', 즉 상호협력과 공동체 중심의 삶의 철학이 깊게 깔려 있습니다. 경쟁보다는 협력, 축적보다는 순환, 폐기보다는 재사용의 가치를 중심에 두는 것이죠.

 

3) 새로운 소비 문화에 던지는 질문

파사르 투카르 바루는 단순한 로컬 이벤트를 넘어 오늘날의 소비문화에 질문을 던지는 축제입니다.
우리는 정말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고 있을까요?
혹시 쓰지도 않는 물건들을 버리며 자원 낭비에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 축제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당신이 가진 것을 다시 바라보세요. 쓸모없다고 여긴 그것이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보물일 수 있어요.”
이는 단순히 환경 보호 차원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회복과 사회적 신뢰의 회복을 상징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사람들이 더 의미 있는 삶, 더 연결된 삶을 갈망하게 되면서 이 축제는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SNS와 연계하여 ‘온라인 교환 장터’로 확장되기도 했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지역 사회 기반의 지속 가능한 소비 방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파사르 투카르 바루는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안합니다.
돈 없이 물건을 바꾸고, 말 없이 마음을 나누며, 낯선 이와도 웃으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자리.
그 속엔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공동체의 따뜻함과 사람 사이의 신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혹시 지금 당장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물건이 있다면, 그것을 들고 작은 교환 장터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줄 수 있고, 또 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다시금 느끼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