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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가 와카미야 온마쓰리(Kasuga Wakamiya On-Matsuri) – 800년 전통, 살아 있는 신의 행렬

by 반짝달달 2025. 5. 19.

➤ 무대 없는 축제, 고요한 정성 속의 신성한 4일이 있습니다. 오늘은 ' 가스가 와카미야 온마쓰리(Kasuga Wakamiya On-Matsuri) – 800년 전통, 살아 있는 신의 행렬'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가스가 와카미야 온마쓰리(Kasuga Wakamiya On-Matsuri) – 800년 전통, 살아 있는 신의 행렬
가스가 와카미야 온마쓰리(Kasuga Wakamiya On-Matsuri) – 800년 전통, 살아 있는 신의 행렬


일본의 전통 축제 하면 흔히 불꽃놀이와 요사이한 행렬, 떠들썩한 음식 축제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나라현(Nara)의 가스가타이샤 신사(Kasuga Taisha)에서 매년 12월 열리는 가스가 와카미야 온마쓰리는 다릅니다. 이 축제는 화려함 대신 고요한 절제와 깊은 신성함으로 800년 넘는 세월을 이어왔으며, 일본의 국가 중요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 특별한 축제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전염병 퇴치를 위한 기도에서 시작된 축제

온마쓰리(おんまつり)의 시작은 1136년, 헤이안 시대 후기에 나라 지역을 강타한 전염병과 흉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당시의 귀족들과 승려들이 가스가 신에게 제사를 올린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이 지역의 중심 신사였던 가스가타이샤는 나라 일대의 수호신으로 여겨졌으며, 이 신을 모시기 위한 부속 신사인 와카미야 신사(Wakamiya Jinja)에서 특별한 예식이 열리게 된 것이죠.

이 제의는 이후 매년 이어졌고, 오늘날까지 800년 넘게 변함없는 형식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단 한 번도 중단된 적 없이 계속된 것은, 그만큼 이 축제가 지역 사회에서 신과 인간 사이의 다리를 놓는 신성한 의례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축제는 “무대가 없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모든 의식과 공연은 일시적으로 마련된 가설 무대 위에서 이루어지며, 축제 후에는 무대를 완전히 철거해 인위적인 흔적 없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철학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는 가스가 신사의 자연숭배 전통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입니다.

 

2) 네 날의 신성한 흐름 – 온마쓰리의 구성

온마쓰리는 매년 12월 15일부터 18일까지 총 4일간 진행되며, 각 날짜별로 정해진 의식이 순차적으로 이어집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17일에 열리는 오타비신지(お渡り式神事)로, 수백 명의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이 신의 가마(御輿, 미코시)를 모시고 도심을 행진하는 장면입니다.

다음은 축제의 주요 일정입니다:

12월 15일 – 요이마쓰리(宵祭り)
축제의 전야제로, 신을 이세야마에서 모셔오는 의식이 조용히 거행됩니다. 지역 주민들과 신관들이 촛불을 들고 신을 맞이하는 장면은 장엄하면서도 소박합니다.

12월 17일 – 본 축제(本祭)
이날에는 신을 모신 가마가 나라 시내를 천천히 행진하며, 전국 각지의 전통 예술 공연단이 거리 공연과 고전 무용, 노(能), 가가쿠(雅楽) 등을 선보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축제 참가자들이 전통 의복을 입고 100여 년 전, 심지어는 500여 년 전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한다는 점입니다.

12월 18일 – 나오이리신지(直会神事)
축제의 마지막 날, 신이 다시 본래의 신사로 돌아가는 의식이 조용히 진행됩니다. 지역 주민들은 이 날까지 금주와 금육(禁慾)을 실천하며, 온마쓰리의 여운을 되새기게 됩니다.

온마쓰리는 “보는 축제”가 아닌 “함께 살아내는 축제”입니다. 참가자 모두가 ‘공연자’가 되며, 자신이 그 시대의 사람처럼 살아 움직여야 합니다. 이러한 전통은 일본식 공동체 문화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3) 살아 있는 민속 예술과 일본의 정서

온마쓰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종합 민속 예술 축제로 평가받습니다. 노(能), 교겐(狂言), 가가쿠(궁중 음악), 다이구(太鼓) 등 전통 예술이 집중적으로 선보이며, 이는 단지 전통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현장이 됩니다.

또한, 이 축제는 일본인의 신에 대한 경외, 조용한 기도, 공동체 의식을 깊이 느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축제 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마음을 가다듬고, 절제된 말과 행동을 통해 신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통제합니다. 이는 단순한 종교의식이 아니라, 일본 사회가 오랜 세월 동안 어떻게 ‘질서 있는 공동체’로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상징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온마쓰리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인 축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용하지만 정성스럽게 이어지는 이 축제를 경험한 외국인들은, “일본인의 깊은 마음을 처음 알게 되었다”는 감상을 남기곤 합니다.

 

 

가스가 와카미야 온마쓰리는 화려하지 않지만, 가장 일본적인 축제입니다. 무대 없이, 소란 없이, 그러나 800년 동안 이어진 진심과 공동체 정신이 축제 전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요한 감동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축제란 무엇인가? 보여주는 것인가, 살아내는 것인가?
나라의 겨울 하늘 아래, 조용히 이어지는 행렬을 따라가다 보면, 당신도 어느새 천천히 걷는 예술의 일부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