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으로 물드는 하루, 차별 없는 사랑과 화해의 날이 있습니다. 오늘은 ' 홀리 축제(Holi Festival) – 인도 색의 축제'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3월, 인도의 거리에는 갑자기 형형색색의 분말이 공중을 날고, 사람들의 옷과 얼굴은 무지갯빛으로 물듭니다. 웃음소리와 함께 ‘Happy Holi!’가 외쳐지고, 모든 차별이 사라지는 하루가 시작됩니다. 이것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축제로 손꼽히는 ‘홀리(Holi)’, 인도의 색 축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홀리의 기원, 실제 풍경, 그리고 그 이면에 담긴 깊은 사회적, 영적 의미를 들여다보겠습니다.
1) 전설과 신앙 – 홀리의 유래
홀리는 인도의 고대 힌두교 신화에서 유래한 축제입니다.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는 악마 왕 히라냐카시푸(Hiranyakashipu)와 그의 신실한 아들 프라흘라다(Prahlada)의 전설입니다. 아들은 비슈누 신을 숭배했지만,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악마 왕은 누나인 홀리카(Holika)에게 프라흘라다를 불속에 데려가 죽이라고 명합니다. 하지만 신의 보호를 받은 프라흘라다는 무사히 살아남고, 악을 상징하는 홀리카는 불에 타 죽습니다.
이 전설을 기리기 위해 홀리 전날 밤에는 ‘홀리카 다한(Holika Dahan)’이라 불리는 의식이 열립니다. 나무더미를 쌓아 불을 지르고, 악의 소멸과 선의 승리를 기념하는 이 의식은 홀리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의례입니다.
이후 본격적인 축제는 다음 날 아침부터 시작되며, ‘랑왈리 홀리(Rangwali Holi)’라고 불립니다. 이날은 종교적 의미를 넘어서, 인도 전역이 자유와 해방, 사랑과 용서의 색으로 가득 찹니다.
2) 물감 폭풍의 하루 – 홀리의 현장 풍경
홀리 당일, 인도의 거리와 광장은 색색의 분말(‘굴랄’, Gulal)과 물총, 풍선, 음악, 춤으로 축제의 열기에 휩싸입니다. 남녀노소, 부자와 가난한 자, 종교와 계급을 넘어 모든 이들이 서로에게 색을 뿌리고 물을 끼얹으며 하나가 됩니다.
"Bura na mano, Holi hai!" (기분 나빠하지 마, 오늘은 홀리야!)라는 말은 홀리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평소에 억눌렸던 감정을 털어내고, 서로를 색으로 물들이며 갈등과 오해를 씻는 날인 것입니다.
이날은 누구든지 ‘평등’합니다. 귀족도 거리의 상인도, 심지어 외국인 관광객도 거리낌 없이 얼굴에 색을 던지고, 껴안고, 함께 웃습니다. 그래서 홀리는 단순한 색 축제가 아니라, 인도의 공동체 정신과 포용성,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날로 자리 잡았습니다.
축제는 단지 색을 뿌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거리에는 전통 간식인 굴지아(Gujia)와 탈라이 바다(Talai Bada) 같은 음식이 넘쳐나고, 곳곳에서는 전통 음악과 민속 무용이 이어집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바람개비, 드럼 퍼레이드, 전통 노래 경연도 함께 열려 하루 종일 축제 분위기가 계속됩니다.
3) 색을 넘은 의미 – 홀리의 문화적 메시지
홀리는 단순한 ‘놀이’ 이상의 깊은 상징성을 지닙니다. 첫째, 용서와 화해의 기회입니다. 인도에서는 홀리 전날이나 당일에,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이들끼리 먼저 색을 바르고 포옹하며 갈등을 털어내는 문화가 있습니다. 일종의 ‘사과와 화해의 날’인 셈입니다.
둘째, 사회적 차별의 일시적 철폐입니다. 카스트 제도의 영향이 여전히 남아 있는 인도 사회에서 홀리는 계급, 종교,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특별한 날입니다. 이 날만큼은 모두가 같은 존재로 대우받으며, 평등하게 색으로 연결됩니다.
셋째, 정신적 해방과 희망의 상징입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는 시점에 열리는 홀리는 자연의 부활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색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억압과 고통을 잠시 내려놓는 자유를 경험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많은 이들이 홀리의 상징성에 주목하게 된 것도, 이러한 정화와 회복의 메시지 때문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인도 외에도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지에서 ‘컬러 런(Color Run)’이나 홀리 스타일의 색 축제가 열리며, 글로벌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홀리는 그저 얼굴을 색칠하고 사진을 찍는 하루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도의 오랜 역사와 전통, 공동체 정신이 녹아 있는 하나의 문화적 선언입니다. 차별 없는 웃음, 화해의 손길, 생명의 축복이 공존하는 이 날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물음을 던집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서로에게 색을 던지고, 용서하고, 자유롭게 웃고 있는가?
올봄, 혹시 기회가 된다면 누군가에게 살짝 분홍빛 색을 던지며 말해보세요. “Happy Ho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