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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하게 축제(Namahage Festival) – 일본 오가의 무서운 손님들

by 반짝달달 2025. 5. 18.

괴물은 정말 사람을 잡아갈까? 설날 밤, 악귀가 찾아오는 특별한 의식인 '나마하게 축제(Namahage Festival) – 일본 오가의 무서운 손님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나마하게 축제(Namahage Festival) – 일본 오가의 무서운 손님들
나마하게 축제(Namahage Festival) – 일본 오가의 무서운 손님들


일본 아키타현 오가 반도에서는 해마다 정월이 되면 괴이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거대한 가면과 전통 의상을 입은 이들이 무서운 목소리로 “울보는 없느냐! 게으른 자는 없느냐!”를 외치며 가정을 방문합니다.
이 무서운 존재들의 이름은 ‘나마하게(なまはげ)’. 하지만 그들은 아이들을 잡아가는 도깨비가 아니라, 게으름과 나태함을 경계하는 문화적 상징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나마하게 축제의 유래, 현장의 모습,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깊은 의미를 소개합니다.

 

1) 무서움 속에 담긴 교훈 – 나마하게의 유래

나마하게는 단순한 괴물 전설이 아닙니다. 이 풍습은 오랜 세월에 걸쳐 오가 지역에서 전승된 전통적인 설날 의식입니다. 나마하게는 대개 1월 15일경에 열리며, 남성들이 짚으로 만든 의상을 입고 붉은색 혹은 푸른색 도깨비 가면을 쓴 채 마을의 가정을 방문합니다.

이들이 외치는 “나마하게 나이카!”(게으른 자는 없느냐!)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부지런함과 근면함을 강조하는 교훈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나마하게는 ‘나마미’를 의미하는 말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화로 옆에서 빈둥거리다 피부에 생긴 화상 자국(=게으름의 상징)을 뜻합니다.

이 전통은 에도 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며, 지역 공동체의 질서와 가정 내 훈육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무서운 도깨비가 와서 잡아간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매우 효과적인 교훈이 되었죠.

현대에는 이 전통이 다소 온화한 방향으로 변화하면서도, 교훈적 성격과 공동체 전승의 의미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2018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그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2) 전설이 살아있는 마을 – 나마하게 축제의 풍경

나마하게는 단지 인형극이나 가장행렬이 아닙니다. 축제가 열리는 겨울 밤, 실제로 마을의 남성들은 나마하게로 분장해 각 집을 방문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문 앞에서 기다리고, 나마하게가 등장하면 아이들은 울기도 하고, 간혹 도망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의식은 공포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나마하게는 아이들이 한 해 동안 착하게 잘 지낼 것인지 묻고,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착하게 자랄 것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나마하게는 사탕이나 간식을 남기고 돌아가는 식입니다.

또한 축제 당일에는 오가시 중심부에서 ‘나마하게 세도 축제(Namahage Sedo Matsuri)’가 열립니다. 수십 명의 나마하게들이 횃불을 들고 눈 덮인 산길을 따라 내려오며, 사당 앞에서 전통 북공연, 무용, 의식 등이 펼쳐집니다.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북소리와 함성, 불빛 아래서 진행되는 퍼포먼스는 마치 고대의 전설 속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줍니다.

관광객들도 축제에 참여해 직접 나마하게 복장을 입거나, 사당에서 기원을 드리는 체험을 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3) 두려움과 사랑의 이중성 – 나마하게의 문화적 의미

나마하게는 단지 어린이를 훈계하기 위한 캐릭터가 아닙니다. 이 존재는 ‘공포를 매개로 한 공동체의 교육 방식’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문화적 의미를 지닙니다.
현대 사회에서 무조건적인 자율과 자유가 강조되며 규율과 경계의 역할이 줄어드는 가운데, 나마하게는 ‘두려움을 통한 교훈’이라는 전통적 방식을 이어갑니다.

이는 아이들이 경험하는 ‘선한 두려움’의 체험입니다. 잘못된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알려주는 것이죠. 게다가 나마하게는 끝내 아이를 벌주지 않고, 격려와 응원을 남긴 채 돌아간다는 점에서 따뜻한 메시지를 함께 전합니다.

지역적으로는 나마하게 축제가 지역 정체성과 경제 활성화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매년 수천 명의 관광객이 이 시기에 오가를 방문하며, 지역 상점, 전통 공예, 숙박업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나마하게는 이제 ‘교육’과 ‘관광’, ‘정체성’이 결합된 살아있는 전통 문화입니다. 한편으로는 무서운 도깨비,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약속을 지키도록 돕는 ‘지킴이’로서 기능하는 것이죠.

 

 

전통은 왜 무서워야 할까?
나마하게는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서,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는 약속과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무섭지만 따뜻하고, 낯설지만 익숙한 이 전통은 현대 사회에서 보기 드문, 매우 인간적인 축제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겨울에 일본을 여행한다면, 오가 반도의 눈 내리는 산길을 걸으며 그 불빛과 함성 속에서 전해지는 ‘진짜 축제’의 감동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