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하늘로 띄우는 희망의 불빛, 대만의 낭만적인 겨울 축제가 있습니다. 오늘은 '핑시 천등 축제(Pingxi Sky Lantern Festival) – 타이완의 하늘을 수놓는 소원'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수천 개의 등불, 마치 별들이 지상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풍경. 타이완의 작은 마을 핑시(Pingxi)는 매년 음력 1월 보름, ‘원소절(元宵節)’에 맞춰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특별한 축제의 장이 됩니다.
바로 핑시 천등 축제, 사람들은 이 축제에서 각자의 소원을 담아 천등(天燈, Sky Lantern)을 하늘로 띄우며 한 해의 복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이 글에서는 핑시 천등 축제의 유래, 현장 분위기, 그리고 그 깊은 문화적 의미를 살펴봅니다.
1) 불빛에 담긴 소망 – 핑시 천등의 역사
핑시는 타이완 북동부의 산간 마을로, 한때 석탄 산업이 활발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채광 산업이 쇠퇴한 이후, 핑시는 ‘천등’이라는 전통 문화유산으로 다시 주목받게 되었죠.
천등의 기원은 약 2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기에는 마을 주민들이 도둑이나 산적의 위험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신호용으로 천등을 띄우는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천등은 좋은 소식, 건강, 복을 기원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현대에는 이 전통이 축제로 승화되었습니다.
정부와 지역 커뮤니티는 핑시를 '천등 마을'로 브랜드화하며, 매년 음력 정월대보름에 천등 축제를 열어 국내외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특히 CNN,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서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10대 축제’로 소개되어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핑시 외에도 타이완의 몇몇 지역에서 천등을 띄우는 풍습은 존재하지만, 핑시 천등 축제는 규모와 상징성 면에서 단연 최고입니다.
2) 희망의 빛을 날리는 순간 – 천등 축제 현장 체험
핑시 천등 축제는 축제 당일 한 번만 열리는 것이 아닙니다. 약 2~3주간 주말마다 열리는 ‘소규모 점등 행사’와 함께, 대형 점등식이 절정으로 이어지는 방식이죠.
본격적인 축제 날이 다가오면, 핑시 기차역 주변에는 천등을 직접 만들고 띄울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되고, 참가자들은 붓과 먹으로 소원을 천등 네 면에 정성껏 적습니다.
‘건강’, ‘성공’, ‘합격’, ‘사랑’, ‘가족의 평안’ 등 적힌 소원은 국적과 나이를 가리지 않습니다. 저녁이 되면,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수백 개의 천등이 동시에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검은 하늘 위를 수놓는 붉고 노란 불빛들, 환호성 속에서 등불은 점점 작아지며 별들과 하나가 됩니다.
천등은 주로 쌀종이와 대나무 틀로 제작되며, 내부의 촛불 또는 연료 캡슐이 공기를 데워 부력을 만들어 날아오릅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생분해성 재료를 사용하려는 노력도 해마다 커지고 있으며,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천등 수거 활동에 나서기도 합니다.
축제 당일에는 전통 음악, 라이브 공연, 먹거리 장터, 사진 콘테스트 등 다양한 이벤트도 열려, 핑시 전체가 축제의 도시로 변모합니다.
3) 소원을 공유하는 문화 – 천등이 전하는 감정
핑시 천등 축제는 그저 ‘예쁜 이벤트’만은 아닙니다. 이 축제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특별한 이유와 마음의 바람을 가지고 천등을 띄웁니다.
가족의 건강을 바라는 중년 부부, 취업을 앞둔 청년, 타지에서 온 관광객, 혹은 병든 친구를 위해 기도하는 이들까지. 이들은 모두 하늘에 띄운 불빛을 통해, 자신의 진심을 누군가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혼자가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소원을 적고, 하늘을 바라보고, 불빛이 작아지는 순간을 공유하며, 우리는 서로의 소망을 나누는 연결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이 축제가 주는 가장 큰 감동입니다 – 우리는 다르지만 같은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
또한 핑시는 이 축제를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전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기차를 타고 핑시에 도착해 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천등 가게들을 둘러보는 경험은, 현대인들에게 잊고 지냈던 느림과 정성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듭니다.
핑시 천등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소원을 시각화하는 감성의 축제입니다.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하늘 위로 올라가는 불빛을 바라보며 마음을 비우고 소망을 되새기는 그 시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특별한 체험이 됩니다.
혹시 여러분도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간절한 소원이 있으신가요? 언젠가 핑시 하늘 아래서, 그 소원을 불빛에 실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