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을 던져버린 축제가 있습니다. 오늘 '라 토마티나(La Tomatina) – 스페인의 토마토 전쟁 축제' 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매년 여름, 스페인의 작은 마을 부뇰(Buñol)은 빨간 물결로 물듭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서로에게 토마토를 던지는 축제 ‘라 토마티나(La Tomatina)’는 세계에서 가장 기이하고 유쾌한 행사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축제의 기원, 진행 방식, 그리고 그 이면의 의미를 살펴봅니다.
1) 토마토 전쟁의 유래
‘라 토마티나’는 1945년 마을 축제 중 청년들의 장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유쾌한 소동은 해마다 반복되며 부뇰의 명물로 자리 잡았고, 1957년에는 ‘토마토 장례식’이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공식 인정을 받았습니다.
현재 이 축제는 매년 8월 마지막 수요일에 열리며, 전 세계에서 2만 명 이상이 참여합니다. 축제에 사용되는 토마토는 먹을 수 없는 산업용이며, 지역 당국은 안전한 진행을 위해 거리 바닥을 적시고 구조 인력을 배치합니다.
2) 붉은 물결의 하루
축제는 오전 11시, 기름칠된 장대 위의 햄을 누군가가 잡으면 시작됩니다. 곧이어 토마토를 실은 트럭이 나타나고, 거리는 순식간에 붉은 전쟁터로 변합니다. 참가자들은 토마토를 으깨 던지며 서로를 물들입니다.
규칙은 간단하지만 중요합니다. 토마토는 으깨서 던질 것, 위험 물건은 사용하지 말 것, 참가자 간 무리한 접촉을 피할 것 등입니다. 정확히 1시간 후, 폭죽이 터지며 공식 행사가 끝납니다.
이후에는 자원봉사자와 소방차가 거리 청소에 나서고, 참가자들은 임시 샤워시설이나 강가에서 몸을 씻습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공연, 음식, 음악 등 다양한 즐길 거리도 마련됩니다.
3) 웃음 너머의 의미
라 토마티나는 단순한 장난을 넘어, 부뇰에 경제적 활력을 주는 축제입니다. 관광객 증가로 지역 상권이 살아나고, 부뇰은 ‘작지만 강한 축제 도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한, 이 축제는 사람들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공동체적 유대를 회복시킵니다. 언어도, 국적도 상관없이 모두가 한바탕 토마토 전쟁 속에서 웃고 소통하는 공간이 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던 축제가 재개되면서, 사람들은 공동체와 자유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라 토마티나는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이기도 합니다.
라 토마티나는 단 하루,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웃음을 되찾는 날입니다. 질서 속의 무질서, 경쟁 없는 해방감. 어쩌면 우리는 모두, 한 번쯤 토마토를 던질 필요가 있는지도 모릅니다.